지금 땅에 투자하면 땅을 칠 수도…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발표한 후에도 아파트 가격이 또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류에 편승해 집을 사는 건 매우 위험하다. 집값 상승보다는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 많아서다. 필자는 단언한다. 2020년 부동산 경기는 좋아지지 않는다. 지금 땅에 투자하면 땅을 칠 일이 생길 것이다. 허준열의 「부동산개론」 부동산 투자 리스크 편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규제 등 정부 정책도 백약무효다. 한편에선 집값이 본격적인 상승세에 들어설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과연 그럴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오르기만 하는 시장은 없다.
그렇다면 언론과 유튜브 등 미디어에서 아파트 가격이 상승일로를 걸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돈 때문이다. 일부 언론사는 시공사 비위를 맞춰야 광고비 협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아파트 분양 홍보 기사를 포장해서 내놓는다. 일부 유튜버 역시 마찬가지다. 특정 지역의 아파트를 다른 사람들이 사게끔 만들어 놓고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부동산 상승을 부추기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의 바람대로 될 가능성은 낮다. 부동산과 국가 경제의 상관관계 때문이다. 경기가 좋지 않은데 부동산 가격만 치솟는다는 것은 결국 시장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경제 상황을 보자. G2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Fed)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인 지난 7월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연이어 9월, 10월에도 추가로 금리를 인하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10월 금리 인하를 발표하면서 “미국 경제를 강력하게 유지하고 진행 중인 위험에 보험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미국 경기는 침체를 피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올해 첫 금리 인하 직후 “오히려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꼴”이라고 비판하며 “경제 주체들이 금리 인하로 풍부해지는 유동성보다도 ‘연준이 경기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는 판단에 더 의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경제와 밀접한 중국의 전망도 어둡기만 하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을 포함한 다른 외국 기업까지 ‘탈중국’을 선택하고 있어 미래 성장을 장담하기 어렵다. 중국의 10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8로 3년 8개월 만에 최저치다. 중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서비스업의 성장이 둔화한다는 얘기다.
당연히 우리나라의 경기전망도 비관적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1%대를 간신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불황이다.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인데 글로벌 경제 상황마저 먹구름이다. 경기 침체가 코앞에 온 상황에서 집값만 상승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미디어와 소위 전문가들은 ‘부동산 상승’을 점친다. 어불성설이다.
허준열 투자의신 대표 co_eunyu@naver.com | 더스쿠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