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열의 투자의신] 부동산 시장, 과거 이해하면 미래 보인다
[프라임경제]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투자에 앞서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라고 주문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대체 부동산 흐름은 어떻게 파악하는 것이며, 어떻게 하면 알 수 있는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전문가들도 핵심을 알려주지 않는다. 모르기 때문인지 가르쳐주기 싫기 때문인지 필자도 이해할 수 없다.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나요?"라고 물으면 그래도 대답할 거리를 찾을 수 있겠는데, 부동산은 답변이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렵다. 대답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에는 속칭 '촉' 혹은 '직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투자 성적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잣대가 바로 촉과 직감이다.
촉과 직감은 외운다고 해서 실전에 적용하기 어렵다. 실력을 키우는 데도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수학은 많이 풀어보면 되겠지만 투자에서는 '비용'과 '손실'이라는 비싼 수업료가 든다는 게 문제다. 결국 간접적인 경험과 선천적인 감각이 동시에 필요한데, 어렵지만 어떻게 해결해 나아갈지 함께 생각해 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부동산인 아파트, 상가, 오피스텔, 주상복합, 토지 등은 지금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여러 번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해 왔다. 그렇게 가격이 형성된 것이다. 그 과정 속에는 수많은 스토리들이 녹아 있다.
사람들은 한 푼 두 푼 모아 저축을 한다. 더 나은 미래의 삶을 위해 눈물겨운 짠돌이 생활을 이겨낸다. 그러나 정작 막대한 돈이 지출되는 부동산에서는 철저히 준비해 결정하기보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의지해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 돈을 모으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쉽게 부동산을 덜컥 사는 것이다.
부동산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거나, 부동산 흐름에 대한 철저한 분석 없이 결정한 투자는 말 그대로 복불복이다. 운 좋게 결과가 잘 나오면 '그래. 내 판단이 맞았어'라며 기세등등해지고, 근거 없는 자신감에 도취돼 다음에는 더욱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큰 화를 초래할 것은 자명하다.
반면에 낭패를 본 사람은 "그때 그 사람 말을 듣는 게 아니었어"라며 본인이 결정한 책임을 남에게 미루는 것이 다반사다. 부동산 재테크가 게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처럼 복불복 식으로 소중한 자산을 배팅하고 있다는 사실에 항상 놀란다.
왜 많은 전문가들이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파악하라고 강조할까. 그 이유는 노력하면 시장의 미래가 보이기 때문이다. 근거가 없는 불확실한 정보를 믿고 주먹구구식으로 접근해서는 앞서 말한 대로 복불복 게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체계적으로 접근한다면 그만큼 성공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아파트를 포함해 상가와 토지 등의 시장에서는 변동 사이클이 존재한다. 아파트 변동 사이클, 상가 변동 사이클, 토지 변동 사이클이 같은 시기에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2002년처럼 상가 분양시장은 근린생활시설이나 쇼핑몰 투자가 분양 완판에 이어 프리미엄이 붙었을 정도로 대단한 붐이었던 상황과 달리 아파트 분양시장은 조용했다. 이처럼 부동산 변동 사이클은 다른 시기에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이렇듯 과거와 현재의 부동산 사이클을 정확하게 인지해야만 안전한 재테크가 어떤 것인지 보일 것이며, 부동산을 사야 할 시기와 팔아야 할 시기도 망설임 없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흐름을 무시한 채로 섣불리 접근했다가는 항상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그럴수록 불분명한 정보에 더욱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랬다가는 악순환만 계속 반복될 뿐이다.
과거 통상적으로 1기 신도시라 칭하는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부천시 중동, 안양시 평촌, 군포시 산본 등은 당시 폭등하는 집값을 안정시키고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 근교에 지어졌다. 1992년 말 입주를 완료해 29만 가구 총 117만 명이 거주하는 대단지 주거단지로 태어났으며 비슷한 시기에 서울 목동 아파트 단지도 형성됐다. 당시 분양가격은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지금으로 본다면 아주 미비한 차이였다.
하지만 25년이 지난 지금, 서울 목동 아파트 가격은 정말 어마어마하게 올랐다. 목동은 강남 다음 가는 학원가 밀집 지역으로 아파트 값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경기도권에서는 성남시 분당이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 가격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높은 아파트 가격을 형성됐다.
경기도권 중 분당이 오른 이유는 강남과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이다. 아파트 가격 형성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준 요인은 접근성이었다.
반면 고양시 일산은 살기 좋은 아파트임에는 틀림없으나 가격이 높게 형성되지는 못했다. 최근에는 안양 평촌이나 부천 중동보다도 가격이 저렴하다. 물론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가 살기 좋으면 됐지 또 뭐가 필요하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부동산 투자 전문가로서 지역의 장단점을 말하는 것이 아닌 부동산 투자의 방향성을 논하고자 하는 것이니 오해가 없길 바란다.
내가 거주할 지역의 주택을 꼭 살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이는 투자에서 아주 중요한 얘기다. 내가 거주해야 할 주택은 얼마든지 전세나 월세로 돌릴 수 있다. 하지만 주택 매입은 반드시 '오를 수 있는 지역'이어야 한다. 주택을 샀다고 꼭 그곳에 거주할 필요는 없다. 내 집은 다른 사람(세입자)에게 전세를 주고 당신은 살고 싶은 지역에 전세로 들어가면 된다는 것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해 당신이 25년 전으로 되돌아간다면, 서울의 목동,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부천시 중동, 안양시 평촌, 군포시 산본 중에 어느 아파트를 살 것인가.
대부분은 서울의 목동을 선택할 것이다. 그럼 서울의 목동에 전세를 주고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지역에 거주하라는 얘기다. 10년이 지나, 20년이 지나, 또는 30년이 지나서 부동산을 매매하려고 할 때 과거의 선택은, 오늘 내가 부자가 되느냐 아니면 과거나 지금이나 자산변동이 별로 없는 사람으로 남느냐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처럼 단순하고 명백한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 말을 그다지 귀담아 듣지 않는다. 자신이 거주할 곳의 집을 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매우 강하다. 방석처럼 깔고 앉아 있어야만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일까. 조금 더 냉정하게 생각해 보기 바란다.
시장 예측 그리고 예측한 대로 실행하는 힘은 성공적인 재테크와 직결된다. 부동산 공부를 위해 모델하우스를 방문하거나, 경매나 토지를 알아보기 위해 현장을 답사하는 등 투자에 시간을 투여하는 자세는 권장할 만하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의 부동산 시장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부동산 공부를 한다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것은 오히려 혼동만 야기할 뿐 체계적인 부동산 접근이 아니라는 사실을 빨리 인지해야 한다. 공부는 열심히 하는데 성적은 신통치 않은 투자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허준열 부동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