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분양사기 막을 수 있을까? '카이스트 AI 모델'로 오피스텔 시세 분석해보니… [視리즈]

허준열 칼럼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부동산 전문 컨설턴트 ‘투자의 신’

AI로 분양사기 막을 수 있을까? '카이스트 AI 모델'로 오피스텔 시세 분석해보니… [視리즈]

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아무도 말하지 않는 분양사기 실체➇
AI 부동산 분양분석 플랫폼 분석
AI 분석 플랫폼 개발한 카이스트
이문용 카이스트 교수팀 개발 완료
방대한 데이터 분석한 객관적 분석
분양사기 막을 초석 될 수 있을까

정확하고 객관적인 분양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분양사기를 막는 첫걸음이다.[사진|연합뉴스]
정확하고 객관적인 분양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분양사기를 막는 첫걸음이다.[사진|연합뉴스]



# 분양 부동산의 가치를 전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경기상황과 같은 거시경제는 물론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시장의 심리, 학군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쳐서다. 부동산 투자에 나선 투자자가 분양상담사의 허위·과장 설명에 쉽게 휘둘리는 이유다.

# 그렇다면 분양상담사의 유혹을 사전에 차단할 방법은 없을까. AI 플랫폼을 활용해 분양 시장을 분석할 순 없을까. 아무도 말하지 않는 분양사기 실체 마지막 편 'AI 대안'이다.

실거래가 등 정보가 적지 않은 일반 부동산과 달리 분양은 투자자들이 참고할 만한 정보가 부족하다. 투자자가 분양 과정에서 분양상담사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분양상담사의 과장·허위 설명을 부추기고, 분양사기 논란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분양사기, 과연 막을 수 없는 일일까.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분석하면 '최소한의 예방'은 가능하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개발을 끝낸 AI 플랫폼도 있다. 이문용 카이스트(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 교수팀이 올 4월에 개발한 'AI 부동산 분양분석 플랫폼(베타버전·이하 AI 분양분석 플랫폼)'이다. 국내 최초로 AI를 부동산에 접목한 이 플랫폼의 목적은 분양시장의 정보를 소비자에게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전달해 분양사기를 막는 것이다.

이문용 교수는 "AI와 빅데이터로 분석한 분양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하면 분양사기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이문용 교수의 포부처럼 'AI 분양분석 플랫폼'은 정확한 분양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할 수 있을까. 하나씩 살펴보자.

■ AI 플랫폼 분석1. = 'AI 분양분석 플랫폼'에 접속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낯익은 지도다. 네이버 지도의 오픈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활용해 가시성을 높인 결과다. 화면 왼쪽 상단엔 통합검색 메뉴가 있다(화면➀). 사용자가 원하는 지역이나 분양 건물의 정보를 쉽게 검색할 수 있다. 부동산 관련 뉴스를 확인할 수 있는 '뉴스 메뉴'도 갖췄다(화면➁).

전체 화면을 보자. 지도엔 현재 분양 중인 부동산은 파란색으로, 분양이 완료된 부동산은 회색으로 구분해 표시했다(화면➂). 사용자가 일일이 검색하지 않아도 분양 부동산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화면 오른쪽 상단에 있는 '일반매물'과 '분양완료' 아이콘을 선택하면 분양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화면➃).
 

AI 부동산 분양분석 플랫폼 화면 모습.[사진|더스쿠프 포토]
AI 부동산 분양분석 플랫폼 화면 모습.[사진|더스쿠프 포토]



■ AI 플랫폼 분석 2. = 오른쪽 상단에 있는 메뉴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일반매물과 분양완료를 포함해 총 11개의 메뉴가 있다. 우선 6개는 분양 부동산을 구분하는 메뉴로, 아파트·오피스텔·상가·타운하우스·지식산업센터·주상복합 분양이 있다. 해당 메뉴를 선택하면 부동산 종류별 분양 현황을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남은 메뉴는 부동산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수익성·환금성·안전성이다(화면➄). 수익성을 체크하면 파란색이던 일반매물의 이름이 붉은색으로 변한다. 분양 부동산 가운데 수익성이 높은 부동산만 붉은색으로 표기된다. 수익성이 높은 분양 부동산을 손쉽게 고를 수 있도록 만든 기능이다. 환금성과 안전성도 체크할 수 있다.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 환금성이 높은 분양 부동산은 녹색, 리스크를 반영한 안전성은 하늘색을 띤다.

이를 근거로 만든 투자지표는 10점 만점으로 수치화했다. 수익성 지표가 9점이라면 해당 부동산의 가격이 앞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핵심은 상세 정보에 있다. 사용자가 분양 부동산 중 한곳을 선택하면 화면 왼쪽에 상세 정보가 표시된다.

분양 가격, 부동산 유형, 입주일자 등 AI가 분석한 분양 매물의 분석 결과를 챗GPT 형식으로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이 과정에선 AI는 통화증가량, 경기선행지수, 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지표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격 변동률. 거래량, 인구증가율과 같은 다양한 변수까지 분석한다.

이처럼 'AI 분양분석 플랫폼'은 부동산 투자자가 확인해야 할 다양하면서도 구체적인 정보를 담고 있다. 이문용 교수는 "정확한 결괏값을 얻기 위해 수천에서 수만건의 부동산 정보를 AI가 분석한다"며 "분양 부동산의 향후 흐름을 전망하기 위해 방대한 자료를 축적해 놨다"고 말했다.

AI 플랫폼 분석 3. = 그렇다면 이 플랫폼의 정확도는 어떨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 입주 후 2년, 5개월, 1개월이 흐른 부동산 3곳을 분석했다.[※참고: AI 분양분석 플랫폼은 언급했듯 아직 베타버전이다. 서울시와 경기도 지역의 분양 부동산만 분석할 수 있다. 분석에 사용한 현재 시세는 네이버부동산 매매 가격을 기준으로 삼았다.]
 



첫번째 분양 부동산은 경기도 A오피스텔이다. 2022년 9월 입주가 시작된 A오피스텔의 분양가는 2억9000만원이었다. 그렇다면 AI 분양분석 플랫폼은 A오피스텔의 미래를 어떻게 내다봤을까.

분양 점수(종합)는 6.3점(이하 10점 만점)으로, 안전성과 환금성은 각각 8.8점, 7.3점으로 높았지만 수익성은 5.7점으로 비교적 낮았다. 그러면서 "최근 10년의 거시경제와 지역·개별변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을 때 수익률은 입주 1년 -2.1%, 2년 후 0.28%, 3년 후 9.69%의 가격 상승률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전망은 맞아떨어졌을까. 2025년 9월 현재 A오피스텔 전용면적 30㎡(약 9.0평)의 매매가는 3억2000만~3억3000만원 사이다. 30㎡ 오피스텔의 분양가가 2억9000만원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분양가 대비 10.3~13.7%가 오른 셈이다. AI 부동산 분양분석 플랫폼이 예측한 9.69%와 매우 근접한 수치다.

경기도의 또다른 B오피스텔도 분석해보자. 올해 3월 입주를 시작한 이 오피스텔 84.6㎡(약 25.6평)의 분양가는 7억8000만원이었다. 그렇다면 AI 분양분석 플랫폼은 이 오피스텔의 투자가치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종합점수는 6.8점이었다. 수익성은 9점으로 매우 높았고, 안전성도 8.1점을 기록했다.

다만, 환금성은 4.7점으로 낮았다.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은 높지만 거래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AI는 이 오피스텔의 가격이 입주 후 1년 사이에 3.99%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로부터 5개월이 흐른 오피스텔의 현재 시세는 어느 정도일까. 이 오피스텔의 매매 가격은 7억7000만~8억원 사이다. 분양가 대비 -1.2~2.5%의 상승률을 기록한 셈이다. 이번에도 편차는 크지 않았다.[※참고: AI 분양분석 플랫폼은 2년 후와 3년 후 수익률을 각각 5.39%, 13.98%로 내다봤다.]

마지막은 서울에 있는 C오피스텔(올 8월부터 입주)이다. 이 오피스텔은 프리미엄 오피스텔로 2023년 분양 당시부터 많은 투자자가 관심을 가졌다. 분양가는 84.97㎡(약 25.7평) 기준 23억9000만원에 달할 만큼 고가였다. 강남에서 멀지 않은 입지인 데다 한강을 조망할 수 있다는 게 분양가를 끌어올렸다.
 



그렇다면 AI 분양분석 플랫폼도 이 오피스텔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을까. 흥미롭게도 그렇지 않다. AI 분양분석 플랫폼이 평가한 C오피스텔의 점수는 6.1점이었다. 수익성은 4.3점, 환금성은 3점에 불과했다. 안전성만 유일하게 9.1점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를 근거로 AI는 입주 후 가격이 3.4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서는 시점은 분양 후 3년(8.23%)이 지났을 때로 내다봤다. 전망은 이번에도 비슷하게 맞아떨어졌다. C오피스텔의 매매 가격은 현재 23억원 수준이다. 분양가가 23억9000만원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3.76% 떨어졌다. AI 분양분석 플랫폼의 정확도가 나쁘지 않다는 거다.

물론 아쉬운 점은 있다. 해당 부동산이 몇층인지, 평형은 어느 정도인지, 남향인지 서향인지 등 세부적인 내용을 AI 분양분석 플랫폼이 모두 검토하는 건 쉽지 않다. 부동산 관계자는 "전체적인 시세 동향에선 큰 차이가 없겠지만 같은 아파트라도 로열층 여부와 햇빛이 드는 방향에 따라 수억원의 차이가 날 수 있다"며 "한 단지에 있는 아파트라도 동수와 호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 이유"라고 말했다.

분양을 앞두고 쏟아지는 뉴스나 홍보성 기사가 AI의 분석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문용 교수는 "부동산 가격에는 매우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분석 성능을 고도화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말을 이었다.

"뉴스나 홍보성 기사가 분석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여러 안전성을 평가하는 요인 중 하나에 불과하고, 다양한 위험요인을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분양시장은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바로 잡을 기회가 있었지만, 정부도 국회도 '강 건너 불구경'만 했다.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부동산 투기 사태', 2022년 '전세 사기' 논란이 터졌을 때 관련 법안들이 줄줄이 발의됐지만, 모조리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23년 8월 발의된 '부동산분양대행업의 관리 및 진흥에 관한 법률안'도 2024년 5월 '임기만료'로 폐기됐다.[※참고: 이 이야기는 더스쿠프 통권 658호 '분양사기 잡을 기회, 임기만료로 날렸다: 금배지의 직무유기'에서 자세히 다뤘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렇게 허술한 법망의 틈새를 파고든 분양상담사들은 활개를 치며 투자자를 유혹했다. 여기엔 정부의 무관심도 한몫했다. 분양상담사가 받아야 할 정부 교육이라는 것이 고작 '연 8시간짜리 의무교육'이란 것은 분양시장의 현주소를 아프게 꼬집는다.

이런 측면에서 AI 분양분석 플랫폼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객관적인 지표로 분양 부동산을 분석하고 그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문용 교수는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등 사용자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부동산 분양분석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AI 부동산 분양분석 플랫폼'을 많은 소비자가 사용해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 분양사기가 사라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최아름·홍승주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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