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열의 부동산 고발] ‘부동산 전매’ 말에 속아 낭패 보는 사람들 부지기수
10억짜리 오피스텔 분양받고 잔금 낼 수 없는 처지?

모델하우스에 갔다가 분양상담사의 허위‧과장 설명에 현혹돼 분양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안타깝지만, 부동산 지식이 부족해서다. 쉽게 득이 될 것이라는 꾐에 빠져서다. 결과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고통 속에서 후회하지만, 때는 늦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분양 사기수법과 피해 사례에 대해 알아보자.
소개할 내용은 분양을 받아 피해를 당한 사연으로, 제공자 A씨가 분쟁솔루션의 컨설팅을 받는 과정에서 필자에게 상담한 내용이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40대 회사원 A씨는 분양가 10억 원이 넘는 오피스텔을 분양받고 잔금 치르는 날을 앞두고 있지만, 납부할 생각도 없고 여력도 안 된다. 잔금 납부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왜 A씨는 10억 원이 고가의 오피스텔을 분양 받았을까.
첫째, 부동산에 대해 무지하고 귀가 얇아서다. 둘째, 분양직원이 프리미엄을 붙여 전매해 준다는 말에 A씨가 깜빡 속았기 때문이다. A씨는 분양직원의 말만 듣고 ‘사람들이 이렇게 전매해서 돈을 버는 신세계가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거짓말을 한 분양직원의 1차적 잘못이 크지만, A씨가 부동산에 대해 너무 몰라서 영업사원인 분양직원의 말을 무조건 다 믿었던 탓도 크다. 시간을 두고 이것저것 꼼꼼하게 따져 봐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첫날 그 자리에서 성급하게 분양계약금을 입금한 것이 크나큰 실수다.
이런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은 A씨뿐 아니다. 모델하우스 방문 당일, 그 자리에서 분양계약금을 입금하는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 성급한 분양계약을 해놓고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일이다.
일단 A씨는 큰 사고를 쳤다. 그렇다고 오피스텔 분양받은 것 자체를 두고 ‘사고쳤다’고 할 일은 아니다. A씨의 경우가 더 안타까운 것은 그가 잔금 낼 형편이 전혀 아니었다는 점 때문이다. 이렇게 잔금 치르는 과정도 없이 전매할 수 있다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을 부리다가 지옥을 맛보는 사람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필자에게 상담 신청을 하는 사람들 수를 보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어쨌든 A씨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A씨는 필자를 만나기 전에 나름대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여러 변호사를 찾아 고액의 상담비를 내면서 해결 실마리를 찾아보려 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변호사들은 A씨가 중도금 대출에 서명하고, 대출금을 5차에 걸쳐 무이자로 모두 받고, 지금은 잔금만 남아있는 상태라 법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소송을 해봤자 패소가 뻔하기 때문에 상대편 변호사 비용까지 지불해야 할 처지다.
필자도 상담자 중에 소송해서 승소한 경우를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필자 지인의 변호사 역시 “소송해도 모두 패한 판례만 있지 승소한 경우는 못 봤다”고 말했다. 물론 건물에 심각한 하자가 있는 부실공사 소송의 경우는 예외다.
A씨는 위약금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계약해지 요청을 해봤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해지 불가로 잔금을 납부하라는 말이었다. 이도 당연한 것이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땐 해지한 분양물건을 팔 수 있었지만, 지금처럼 부동산 경기가 꽁꽁 얼어붙었을 땐 할인해서 분양을 하려고 해도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감안해서 무턱대고 해지해 달라는 것보다 명분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A씨는 잔금 치를 자금이 없는 게 문제지만, 그보다 급한 이슈는 지금 마이너스 억대에 내놔도 거래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오피스텔이 공실이 되면 은행 대출이자, 관리비 등을 내야 해서 더 큰 고통으로 이어진다. 기약 없이 계속되는 출혈은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두려움이다. 그래서 등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어지는 것이다.
A씨와 상담한 어떤 변호사는 잔금 납부를 하지 못해 등기를 하지 않고 시간만 보내면, 통장이나 부동산에 압류가 들어온다고 충고했다고 한다. 심하면 채권추심 업체에 넘겨져 채권 독촉에 시달린다고도 했다. A씨는 본인이 분양받은 부동산을 쳐다보기도 싫고, 또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등기를 절대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잔금을 내고 등기를 진행한다면 결국 금융비용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분양 계약해지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필자 역시 A씨에게 무엇을 어떻게 도와야 하나 걱정이 크다. 독자들은 소 읽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A씨의 경우를 참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얇은 귀로 섣부른 투자를 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