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열의 부동산 고발] 프리미엄 전매 미끼 속임수, 자칫 인생 나락으로
프리미엄 붙여 전매해주겠다는 말에 아버지 사망보험금으로 분양계약…악몽의 시작

초보자들이 잘못된 투자로 낭패를 보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특히 ‘프리미엄 붙여 전매해 주겠다’는 말에 속은 억울한 사연들이 많다. “그렇게 좋은 부동산 투자면 본인들이 하지 왜 일면식 없는 내게 알려주는 것인지를 의심해야 한다”고 필자는 여러 번 충고했다. 새해를 맞아 다시는 이런 전매 분양사기 수법에 속지 않도록 피해 사례에 대해 알아보자.
우연히 걸려온 모델하우스 분양 전화. A씨는 구경이나 한 번 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모델하우스를 방문했다. 당시 A씨는 부친상을 치른지 얼마되지 않은 때라 사후 필요한 절차들을 챙겨야 할 일이 있었고, 때마침 모델하우스 쪽을 지나가게 된 것이다.
모델하우스에 들어서자, 두 자녀의 아버지라며 신뢰감 있는 모습을 보이는 분양상담사 팀장이 다가왔다. 그는 물건을 판매해도 본인들에게는 수당 따위 떨어지지 않는 월급쟁이이자 시공사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전매는 자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프리미엄을 받도록 전매해 줄테니 상가분양 가계약금 1000만 원만 입금하라고 했다.
A씨는 네 가족의 가장으로 어렵게 살아가는 형편이었다. 투자할 수 있는 여유자금은 당연히 없었다. A씨는 분양상담사 팀장에게 이런 상황을 말하고 계약을 단호히 거절했다. 하지만 팀장은 끈질겼다. A씨는 모델하우스에서 3시간 동안이나 머물렀다. 어느새 A씨 주변에 여러 상담사가 둘러앉았고, 계약을 반복적으로 권유했다.
필자가 분쟁솔루션의 컨설팅 상담을 하면서 느낀 점은 피해자 대다수는 마음이 약해 싫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분양상담사들은 잔금대출 90%라는 말과 잔금 전에 무조건 프리미엄을 붙여 전매를 해 준다는 약속으로 A씨를 계속 설득했다. A씨는 아버지 사망보험금으로 지급받았던 돈 중 1000만 원으로 가계약을 하고 말았다.
가계약 다음날 “우리 형편에 8억짜리 상가가 말이 되느냐”는 아내의 질책에 A씨는 계약을 취소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분양팀장에 연락했다. 그런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A씨가 작성한 것은 가계약이 아니고 정식 계약이라는 말이었다. 이어 계약금 10%를 납부해야 계약취소가 가능하다고도 했다. 1000만 원을 포기하는 것으로도 계약해지가 불가능하다는 얘기였다. 차라리 7000만 원을 채워 입금시키면 본인들이 틀림없이 프리미엄을 붙여 상가 전매를 해 준다는 말에 A씨는 힘들게 7000만 원을 빌려 계약금을 냈다.
이때만 해도 A씨의 생각은 프리미엄은 필요 없고 본전이라도 받자라는 생각뿐이었다.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고 자신하니 적어도 본전에는 팔 수 있겠다는 잘못된 생각에 빠진 것이다.
이후 시간이 지나 A씨는 분양상담사들에게 연락을 했지만, 닿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상담사는 핸드폰 번호를 바꾸기까지 했다. 결국 전매를 해주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A씨는 잔금 납부 압박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대출은 50% 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인데, 분양가의 40%를 납부해야 하는 처지라 A씨는 자그마치 3억2000만 원을 급히 구해야 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다행스럽게도 A씨는 필자의 분쟁솔루션 컨설팅으로 분양 계약을 해지했다.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여담으로 A씨는 몇 년 전 아내와 사별한 고향 친구의 부탁으로 친구를 위해 사업자 대출 빚보증을 섰다. 그러나 그 친구는 잠적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후 그 친구가 파산한 상태임을 알게 됐고, A씨는 연대책임을 물어야 했다.
나쁜 일은 한 번에 닥친다고 했던가. A씨는 분수에 맞지 않는 무리한 상가계약, 빚보증 등으로 가정불화에 시달렸고, 결국 아내와도 이혼소송 중이다.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거처를 옮겼고, A씨는 단칸방 월세살이를 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살고 있다.
수많은 상담을 했지만 A씨 사연은 참으로 마음 아픈 경우다. A씨처럼 분양상담사에게 속은 경우가 우리 주위에서 의외로 많다. 분양상담사가 꿀처럼 달디단 조건을 제시한다면, 또한 그 조건이 매우 매력적이라고 느낀다면, 일단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