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1000만원에 분양 받은 수목장에서 벌어진 일

허준열 칼럼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부동산 전문 컨설턴트 ‘투자의 신’

1억1000만원에 분양 받은 수목장에서 벌어진 일

허준열의 부동산 뒤집기

납골당 대신 공원 같은 분위기에서 고인을 추모할 수 있는 수목장의 인기가 커지고 있다. 가족을 좋은 곳에 모시고 싶다는 생각에 비싼 가격도 감수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수목장 분양 전 확인해야 할 것도 있다. 부동산 선분양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서다.

수목장 분양도 일반적인 부동산 분양처럼 이뤄진다.[사진=뉴시스]수목장 분양도 일반적인 부동산 분양처럼 이뤄진다.[사진=뉴시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다. 땅은 부족한데 장례 문화는 오랫동안 ‘매장埋葬’을 선호했다. 그래서 산림 훼손과 토지 부족이 항상 사회 문제로 꼽혔다. 대안도 나왔다. 묘지도 ‘아파트’처럼 배치하는 ‘납골당’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납골당에서 한발 더 나아가 거부감 없는 분위기를 만드는 ‘수목장’이 인기를 얻고 있다. 나무를 심고 유골함을 모시기 때문에 공원 같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고인을 추억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수목장이 부동산 분양의 고질병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일반적으로 수목장은 ‘전원주택 부지’처럼 분양된다. 분양업체가 지자체의 인허가를 받아 수목장을 만들 수 있는 땅을 분양하고 수분양자는 분양 이후 유골함을 모시고 나무를 심는다. 완벽하게 조성된 상태로 분양하는 게 아니다 보니 분양 이후 수목장 인근에 다른 시설이 들어설 가능성도 있다.

서울에 사는 50대 남성 A씨도 지난해 경기도 용인에 있는 수목장을 분양받았다. 분양가만 1억1000만원에 달했다. 납골당 로열층(4ㆍ5ㆍ6단)으로 불리는 중간 위치의 가격이 500만~700만원 선이고 나무를 독점하는 부부 수목장이 1000만원에 이른다는 걸 고려하면 비싼 가격이었다.

작은 오피스텔 하나를 분양받는 금액이었지만 A씨는 부모님을 생각해 높은 분양가도 감수했다. 그럴 만한 이유도 있었다. 수목장 분양 직원이 “이 묘역 인근에는 다른 묘역이나 수목장이 설치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기 때문이었다. 가족끼리만 모일 수 있는 수목장을 원했기 때문에 A씨는 다소 비싼 가격에도 수목장 분양을 결정했다.

그러나 1년 뒤 A씨는 자신이 분양받은 수목장 땅 인근에 다른 묘역이 생긴 걸 알게 됐다. 독립된 수목장을 원했지만 공동묘지 같은 환경이 조성된 거였다. 그렇다고 개선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 홍보한 내용과 실제 상품이 달랐지만 계약서 내용을 위반한 게 아니어서 돈을 돌려받을 길이 없었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목장 분양 직원들이 분양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는 구조라서다. 고객에게 정확한 설명을 해주기보다는 최대한 많은 분양 계약을 성공해야 하기에 과장 홍보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대부분의 업체가 이런 방식으로 직원을 고용한다는 데 있다. 과장 홍보를 걸러내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거다.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려면 수목장 분양업체의 이전 실적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분양한 수목장의 위치와 현재 관리 상태도 파악해야 실수를 막을 수 있다. 계약서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수목장 분양을 안내한 직원이 했던 말들이 계약서에도 반영돼 있는지 봐야 한다. 집을 분양받을 때나 묘지를 분양받을 때나 확인해야 하는 것들은 똑같다. 

글=허준열 투자의신 대표
co_eunyu@naver.com | 더스쿠프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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