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상담석에 앉는 순간 ‘맹신’부터 피하라

허준열 칼럼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부동산 전문 컨설턴트 ‘투자의 신’

분양상담석에 앉는 순간 ‘맹신’부터 피하라

부동산 불패신화든 안전자산을 얻으려는 심리에서든 이유는 여러개일 것이다. 어쨌거나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은 분명히 많다. 문제는 부동산을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 사이에 형성된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답은 부동산 투자자에게 상품을 설명하는 분양상담사의 존재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 노인 10명 중 4명은 중위소득(모든 가구를 소득 순으로 세웠을 때 정중앙에 있는 가구 소득)의 절반도 벌지 못한다(통계청 2018년). 그렇다 보니 젊을 때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숱하다. 노후가 불안할수록 사람들은 안정적인 소득을 얻기 위해 움직인다는 명제를 입증하는 사례다.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이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건 당연히 ‘수익형 부동산’이다. 

지금처럼 초저금리 국면이라면 이보다 더 좋은 상품이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수익형 부동산에서 손해를 보고 나온 사람도 적지 않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는 “수익형 부동산이 더 위험하다”고도 말한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수익형 부동산의 정확한 정보는 상품을 팔려는 사람이 독점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단점이나 위험요소는 말해주는 매매자도 없다. 별것 아닌 듯하지만 이는 심각한 문제다

막상 큰돈을 쏟아부었는데 마음에 들지 않거나 하자가 있어도 구제받기 어렵다. 돈을 돌려받거나 교환이라도 가능한 다른 상품과 달리 부동산은 한번 계약을 체결하면 발을 빼기 어렵다. 하자도 투자자가 끌어안고 가야 하는 경우도 많다. 

■김은혜씨의 실수 = 그렇다면 수익형 부동산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정보 비대칭성’은 왜 발생하는 걸까. 이 질문은 분양상담사나 공인중개사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를 통해 풀어낼 수 있다. 사례를 들어보자. 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은혜(가명·38)씨는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읽고 수도권에 있는 원룸 오피스텔 분양을 결심했다. 아쉽게도 김씨가 가지고 있던 현금은 4000만원뿐이었다. 대출을 최대한 받아도 1억원대 초반 오피스텔을 살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런데 김씨는 뜻밖에도 각각의 가격이 1억원대인 오피스텔 3채를 분양받는 데 성공했다. 분양상담사의 화술에 김씨가 넘어갔기 때문이었다. 


“1채당 계약금이 1000만원이니까 3채 정도는 분양받을 수 있습니다. 중도금은 무이자 대출을 받으면 되고 입주 때는 잔금 30%만 있으면 되니, 3채를 다 분양받으시고 2채는 오피스텔 공사가 이뤄질 때 욕심부리지 말고 파시죠. 프리미엄 1000만~2000만원 붙여서 파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제가 해드리겠습니다.”

분양상담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오피스텔 3채 중 2채는 프리미엄 1000만~2000만원을 각각 붙여 팔 수 있어 적게는 2000만원, 많게는 4000만원을 벌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계산은 분양상담사의 ‘상술’에 가깝다. 현실적으로는 매우 위험할 뿐만 아니라 현실화 가능성도 낮다. 분양상담사들이 이런 말을 하면서까지 물건을 팔려고 하는 이유는 하나다. 판매수당을 받는 영업직이기 때문이다. 

분양상담사라는 이름의 영업 사원

다시 김씨의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분양상담사의 예상과는 다르게 김씨가 구입한 오피스텔 3채 중 2채엔 프리미엄이 붙지 않았다. 사들인 것보다 싼 가격에 내놨음에도 오피스텔이 팔리지 않아 김씨는 계약금만 날리고 연체이자에 위약금까지 내야 했다. 

■정영희씨의 실수 = 이번엔 상가 사례를 들어보자. 상가를 구입하려면 오피스텔보다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한 만큼 잘못 사면 경제적 타격이 크다. 그럼에도 분양상담사들은 투자자를 상대로 ‘술수’를 부린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사는 정영희(가명·45)씨는 분양상담사로부터 7억원짜리 상가를 분양받으면서 연 수익률 5.0%를 안내받았다. 수익률 5.0%의 기준은 보증금 5000만원에 월 임대료 270만원이었다. 분양상담사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 325만원으로 세입자를 받으면 6%대 수익률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수분양자는 상담사의 수익률 계산을 믿고 계약을 체결한다. 물론 이 수익률을 ‘사기행위’라고 볼 순 없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수익률이고, 실제로 이런 수익률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상가 투자의 성패는 결국 공실 여부에 달려있다.[사진=뉴시스]

그럼에도 상가를 분양받기 전 투자자가 놓치지 말아야 할 건 있다. 크게 두가지다. 첫째, 분양상담사가 제시한 월 임대료가 ‘예상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사실 분양상담사가 안내한 만큼의 월 임대료를 받을 가능성은 반반이다. 단순한 예상 수치라서다. 인근에 있는 상가의 임대료를 근거로 수익률을 계산한다고 하지만 같은 상가에서도 점포의 위치에 따라 임대료는 달라진다. 

더구나 부동산 시장에서 월 임대료는 임차인의 수요와 상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좋은 위치에 있는 상가는 수익률을 맞출 수 있지만 대부분은 분양상담사가 설명한 것보다 턱없이 낮은 수준에서 임대료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수익률의 함정, 공실률

둘째 위험요소는 공실 가능성이다. 수익률은 세입자가 있어야 실현할 수 있는 이익이다. 그런데 정씨가 분양받은 상가는 위치나 호실로 봤을 때 좋은 자리가 아니었다. 임대료를 대폭 낮췄음에도 들어오려는 임차인이 거의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 물론 정씨 역시 좋은 위치의 점포를 분양받고 싶었지만 공사 중인 상황에서는 그 입지를 제대로 확인하기도 어려웠다. 

팸플릿이나 분양홍보관에 도면이 있긴 했지만 ‘설계 문외한’인 정씨로선 그 도면을 통해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정씨가 분양받은 상가는 준공 후 1년이 다 될 때까지도 공실을 벗어날 수 없었고 은행 대출 이자와 관리비 부담은 여전했다.

대부분의 분양상담사는 상가의 장점만을 설명한다. 실제로 과장된 홍보로 분양을 했던 상담사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하면 “단점을 설명하는 영업사원이 어디 있냐” “판단은 고객 몫이 아닌가”란 답변이 돌아오곤 한다. 책임은 분양받은 사람이 진다. 분양상담석에 앉은 순간 맹신을 피해야 하는 이유다. 


글: 허준열 투자의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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